계룡산 산책길에서 만난 숲 속 자연 친구들
계룡산국립공원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불과 50미터를 경계로 속계와 숲계가 나눠지는 것 같다. 7월은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초복(初伏)과 중복(中伏)이 모두 들어있다. 일 년 중 더위의 가장 한가운데에서 나는 맥을 못 추는 체질로 지금이 가장 힘들다. ‘못짐 지고 가다가 매미 울음소리 들리면 못짐 버리고 간다.’라는 속담처럼 장마가 끝나고 매미울음이 들릴 때면 땡볕이 시작됐다는 걸 몸이 먼저 안다.
▲ 계룡산 국립공원 입구
▲ 7월 계룡산
▲ 7월 계룡산
복날이 겹치면서 더위는 정점에 있고 대서 이후 20여 일은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시기이다. 논의 벼는 성장이 빨라지고, 더위를 위로하듯 과일은 이때가 가장 달달하고 맛이 좋다. 과일과 함께 호박, 오이, 가지 등 열매채소들이 풍성해지기도 하는데, 요즘은 장을 볼 때 손이 움츠러들 정도로 과일 채소 값이 무척 올랐다.
▲ 7월 계룡산
지금 한창 계룡산에서 자라는 참나리와 물레나물, 원추리와 기린초는 어디 있을까. 굴참나무 때죽나무 산벚나무 쪽동백나무 등, 산에는 850여종의 자생식물이 있다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살펴보는 것도 계룡산을 즐기는 방법일 수 있겠다.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의 평일 계룡산에는 스틱을 쥐고 배낭을 멘 시니어들이 눈에 띈다. 저렇듯 적극적인 활동으로 산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숲속 자연에서 친구를 만나듯 천천히 부드러운 눈길로 응시하며 교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풍경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명들의 기운이 내 호흡에 따라 들고 내쉰다.
▲ 7월 계룡산
▲ 7월 계룡산
장맛비가 내렸지만 수량이 그리 풍족하진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물수제비를 뜨던 자리에 겨우 물이 고였고 세찬 물줄기로 떨어지는 폭포소리는 살짝 아쉬웠다. 계곡의 앉을만한 곳에는 두서너 명이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 7월 계룡산
▲ 계룡산 물고기 친구들을 만나보세요.
▲ 물고기관찰할 수 있는 곳. 또 물고기를 보호하는 곳.
하루 중 피톤치드의 물질이 소나무에서 가장 많이 분비되는 점심 직전의 시간, 걷는 중에 가장 많이 만나는 나무는 소나무다. 숲 전체를 감싸는 기분 좋은 냄새는 예민한 감정을 풀어주면서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표정이 되게 한다. 그렇게 걷는 동안 ‘뱀 주의’를 알리는 글이 한 눈에 들어온다. 새끼 곰을 데리고 온 어미 곰마저 뱀에 놀라는 모양새다.
▲ 계룡산
내려오는 길,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뻔한 사마귀를 보았다. 세 마디가 될까 말까한 크기다. 데크가 있는 중심대 위에 앉아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송충이를 낚아채서 잡아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삼각형 모서리 끝의 입에는 벌써 송충이의 수분을 빨아먹고 남은 털을 앞발로 톡톡 쳐낸다.
▲ 한여름 연둣빛의 사마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