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령왕 동상
▲ 공산성이 있는 오른쪽으로 얼비치는 백제 무령왕
7월이 시작되자 땡볕이 덩달아 이어졌다. 이틀 전만하더라도 우산이 날아갈 듯 바람이 거세고 하늘이 우중충했다. 장마 때의 하늘은 해가 반짝 나는가하면 소나기가 퍼붓는 변화무쌍한 불안정한 일기가 그저 당연하다. 사계절 중에 여름은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다. 게다가 습도까지 높으면 살갗으로 끈적끈적 달라붙는 따가움까지 합세한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이쯤 되면 가능한 움직임을 최대한 줄인다. 의도하지 않아도 몸이 벌써 알아차린다.
▲ 창 밖으로 보이는 공산성 입구
코로나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이런저런 모임들이 직접 얼굴을 보면서 만나자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이어온 모임이나 회의는 얼굴을 직접 보면서 대면으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코로나관련 안전문자는 날마다 핸드폰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지 두 달이 가까워진다. 식구들이 출근하고 어떤 모임의 약속이나 활동이 없는 날엔 일상의 생활 그 모든 것에서 엄마의 숨결을 느낀다. 그러다 밑도 끝도 없이 울컥해진다. 아니 저 아래 끝 깊숙한 곳에는 엄마가 있다. 슬픔의 총량이 있다면 아마도 지금은 그 총량의 반 이상이 빠지는 중이지 않을까싶다. 누군가 건드려주지 않는다면 그 감정에 마냥 빠져있을 것 같다. 7월을 하루 앞둔 날, 사전의 약속도 없이 공주(公州) 공산성(公山城)이 있는 근처에 가게 되었다.
▲ 공주알밤라떼
카페 근처 전봇대에 의지한 채 핀 능소화는 흐린 하늘에 주황빛이 더 빛난다.
카페에 들어간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모두 네 명. 한 테이블이 꽉 찼다. 해마다 한 번씩 세 번 정도 같이 일을 한 적도 있는 분들이다. 그 중에 내가 최고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금도 우정을 나누고 있다.
▲ 백제 25대 무령왕동상
공산성 서문앞 회전교차로에 우뚝 세워진 무령왕 동상이 역사도시 공주를 알린다. 백제 25대 무령왕이 얼비치는 공산성 풍경이 언뜻 환상적이다.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간 공산성 입구에는 노인들(?)이 모였다간 다시 흩어지고 또 다시 모이기를 반복한다. 어쩌면 의견조율을 하는 것 같다. 우리처럼 비가 더 올 것 같은데 공산성을 오르는 건 다음으로 미루자, 아니 비 오는 공산성은 더 멋지니 이번에 올라가보자...
뭐 이런 실랑이를 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 공산성을 오를까? 비가 오니 다음에 가자구!
▲ 정안천을 지나며 내리는 비
비는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누군가 ‘공산성 하면 나는 저 그림을 다시 그렸던 걸로 공산성을 기억해.’라고 했다. 팀을 이뤄 같이 작업을 하면서 각자 맡은 역할로 자기 할 일을 하는 일인데 한 사람의 그림 작업이 각자의 역할에서 너무 튀거나 잘 섞이지 않으면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기에 너무 엇나간 작업은 다시 다듬어야 했나보다. 실수한 사람도 그 실수를 보완하는 다른 사람도 맞춰진 일정 시간 내에서 하기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졌을 것 같다. 다행이 마무리가 잘 됐고 시간은 많이 지났다.
▲ 공산성은 다음에 다시 오르기로 했다.
나는 공산성 중간쯤에 있는 절 ‘영은사’에서 어깨를 다친 일로 공산성을 떠올린다. 내가 부주의한 탓도 있었지만 뭔가에 홀린 듯, 2월 초순의 눈부신 햇살에 살짝 언 얼음위로 넘어진 건 참 어이없다. 우리 집에 계셨던 엄마는 내가 넘어진 게 당신 탓인 것처럼 말씀하시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부주의한 것도 지금생각하면 엄마에겐 불효였다. 지인들이 선물로 사준 공주밤파이를 들었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정안천 녹색지대로 가보자 했으나 비는 다시 쏟아졌다. 공산성은 다음에 오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