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규암면 백강초등학교에는 특별한 ‘조회대’가 있다!
▲ 백강초등학교 정면의 전통양식 조회대
초등학교 시절, 월요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조회대를 중심으로 전체 학생들이 모두 조회를 섰다. 교장선생님이 조회대(단상)에 올라 각종 훈시를 하던 곳. 한 반에 6~70명씩 십 반이 넘는 아이들은 운동장에 바글바글 모여 지루한 ‘말씀’을 새기던 곳이었다. 전체 학년이 다 모였으니 운동장은 거의 꽉 찼다. 그때 교장선생님들은 왜 그리 말씀이 많았던 걸까. 몸이 약한 아이들은 쓰러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회대는 대리석 위에 튼튼한 나무기둥이 받치고 있다. 무척이나 정성이 들어갔다. 조회대의 이름은 청운대(靑雲臺)로 높은 이상과 꿈을 펼치며 큰 일꾼이 되라는 뜻을 품었다. 2009년에 백강초등학교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으니 올해로 73주년이다.
▲ 전통양식의 조회대
지금은 학교에서 운동장 조회가 사라졌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아직 경계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현재 학교의 조회대는 연례행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처럼 햇빛이 짱짱한 날에는 그늘이 시원한 청운대에 돗자리를 깔로 낮잠을 자도 좋겠다.
▲ 승마장과 골프장이 있는 운동장
운동장 한켠에는 승마장과 골프장이 전통양식의 조회대와 비교된다. 전통과 현대, 옛날과 지금, 느림과 빠름이 운동장 한 공간 안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승마와 골프는 아마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수강하는 수업일 텐데 학교를 졸업하면 이 두 가지 과목에서는 단연코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달리 자신 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골프연습장 건축에는 ‘교육기부’로 참여한 건설회사 관계자의 이름이 비에 새겨졌다.
▲ 미세먼지 감지판
▲ 사방치기 놀이판
골프연습장이 있는 근처 바닥에는 ‘사방치기’놀이판이 그려져 있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골목에 저 그림을 ‘석필’로 그어놓고 놀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땅따먹기’라는 놀이었다.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한 뒤 이긴 사람이 납작한 돌이나 표시 나는 동전, 혹은 딱지를 칸 안에 던지고 깨금발로 걷다가 다시 돌아와 던진 물건을 집었다. 그때와 달리 번호가 써 있는 선 윗칸엔 ‘하늘’이 있다. 놀이의 방법이나 규칙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되었겠지만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남아있는 게 새삼 반갑다.
‘백강’은 백마강을 의미한다. 부여를 지나는 금강 하류의 백마강. 정확한 범위를 규정할 수는 없지만 ‘청양의 장평면과 부여 규암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금강천이 금강에 합류하는 지점에서부터 석성면 위쪽까지’를 백마강이라 부른다.
▲ 푸른기상
백제역사문화단지 내에 속한 백강초등학교 학생들이 승마교실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아주 특별할 것 같다. 백제의 후예로 70년 이상의 교육공동체를 이어온 ‘백강’인의 자부심은 지난 시간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꿈꾸던 것들이 펼쳐질 것이다.
운동장에 잠잠히 놓인 그네와 미끄럼틀, 은색의 정글짐, 이쪽에서 저쪽까지의 축구 골대까지 바라만 봐도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기운차게 귀에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