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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편의 평신도 부제서품을 앞두고 가본 성지

공주시 신풍면 수리치골 성모성지

2021.10.09(토) 22:41:17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1▲ 데크길에서 바라본 성모당

구불구불 나 있는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는 길 앞에 단정한 문이 나타났다. 동네 골목처럼 좁았던 길은 이곳에 오는 이들을 맞이하듯 어느 순간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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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치골 성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피정의 집’을 지나 휴게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남편과 나는 ‘성모광장’이 있는 곳까지 걷기로 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나무로 우거진 곳에서 숨은 그림처럼 보일 듯 말 듯 했다. 데크길을 천천히 걷다가 다시 환해진 하늘이 보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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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길 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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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사이로 보이는 수녀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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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크길

지난 9월, 남편은 이곳에서 2박3일의 성공회 평신도 ‘종신부제 서품대상자 피정’을 끝으로 11월에 있을 서품식을 기다리고 있다. 3년 과정이 지나는 그 처음엔 나도 있었다. 대전교구에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된 성공회의 교육원 입학은 서류와 면접 등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바탕에 다져진 신앙의 신념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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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청소년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면서 한 달에 열흘이 넘는 당직으로 심신이 피폐해 있었다. 누군가는 나이 쉬흔이 넘어 뒤늦게 취업한 곳, 그만한 직장이 어디 있냐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4년여를 근무한 곳에 사직서를 냈다. 그러던 그 해, 교육원입학을 하고 두 학기를 공부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했고 부제의 길로 가는 남편 옆에서 보조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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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리치골 성모성지 안내글과 코스안내

부제는 전례에서 주교와 신부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교회마다 상황에 따라서 제대를 정리하고 예배드리는 중에 각종 의식의 필요한 일손을 돕는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온라인 예배가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도 교회에 와서 예배와 성체를 나누고 돌아가는 교우들이 있다. 애찬이 없어지고 교회주방 살림이 정물화가 된 지금, 나는 그 허전함을 포도주가 묻은 성작보를 세탁하며 다림질 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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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당 뒷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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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천주교 최초로 성모 성심회가 발족하던 곳과 등산로가 있는 곳

데크길이 끝나자 성모당이 보였다.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등산을 목적으로 이곳을 지나쳐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라도 가쁜 호흡을 잠시 고르면 좋겠다. 성모당 아래로 내려가면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의 길’을 표현한 14처의 동상 14개가 같은 간격으로 서 있다. 사형선고를 받고 고난을 받으면서 죽음에 이르고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는 동안은 두 손이 모아지고 숙연해진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한 성지에서 알밤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데크길을 걸을 땐 도토리가 구르더니 밤나무 높은 곳에선 때가 된 밤송이가 절로 벌어졌다. 천주교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곳. 첩첩산중이었을 이곳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루며 살았을 때는 도토리나 밤이 얼마나 요긴한 양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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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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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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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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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의 길 

마당재와 타작마당이 있는 곳은 우리가 걷는 방향과 달라 가보지 않았지만 그곳에선 천주교 신자들이 물물교환과 공동타작도 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타작마당에서는 수리치골 일대에서 가장 많은 유물이 수습되었다’고 하니 그곳이 가장 많은 기도가 쌓인 곳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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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체조배실
 
고상십자가가 있는 성체조배실을 지나 수녀원이 있는 곳 가까이에서 수녀님들이 아까부터 마당을 쓸거나 청소를 하고 있었다. 20대의 젊은 외국여성인 수녀님과 눈이 마주치자 수녀님이 먼저 내게 인사를 했다. 대여섯 명의 수녀님들이 그늘막이 있는 곳에 모이자 한 수녀님의 모인 수녀님들에게 과자를 나눠주었다. 간식타임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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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원

수리치나물이 많이 나는 곳이라 해서 수리치골성지가 되었다는 이곳. 구불구불 좁은 길을 따라 들어왔다가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보니 이런저런 세속의 무거웠던 내 욕심들이 더욱 선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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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중 복음을 봉독하고 때로는 교리교육이나 신자들의 사목적인 역할로 봉사하게 되는 부제. 그 역할을 하게 될 남편의 옆지기로 부담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를 위한 기도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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