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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쪼개쪼개 쪼개다

이명재의충청말 이야기 (42)

2020.05.24(일) 18:04:16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쪼개쪼개 쪼개다 1


짜갠다 서울에선 쪼갠다
물체 둘 이상 갈라놓는 것
나누는 모양 짜개짜개
쪼개쪼개 서울말 조각조각

 
‘짜개짜개 찢어놓지만 말구 잘 점 정돈히 봐.’

사람들이 짜개짜개 흩어졌다. 벚꽃들은 소복이 모였다가 졌다. 모란은 붉게 모였다가 모여 졌다. 배꽃이 눈송이처럼 모여 함께 지고, 사과꽃이 연분홍 웃음으로 함께 졌다. 떨어진 자리마다 연초록 열매들이 다닥다닥 매달렸다. 그런데 사람들만 흩어졌다. 마음은 하나인데 몸은 자꾸만 멀어지는 날들이다. 코로 나는지 입으로 나는지 모를 버러지들이 스멀스멀 흩날리고, 그렇게 우리의 봄날이 간다.

‘짜개짜개’는 ‘짜개다’에서 나온 말이다. ‘짜개는 것’은 어떤 물체를 둘 이상으로 갈라놓는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은 이 말을 좋아하는데 서울 사람들은 ‘쪼갠다’란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수박을 쪼갤 때, 충청도 사람들은 수박을 짜갠다. 나무도 짜개도 돈도 짜갠다. 둘이 있으면 둘로 짜개고 여럿이 모이면 더 잘게 짜갠다. 이렇게 나누는 모양을 충청도에선 ‘짜개짜개’라고 한다.

1968년 국민교육헌장이 세상을 채웠다. 충청도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갔다. 학교에서 열심히 서울말 공부를 했다. 충청도말로 쓴 답은 틀렸다.너도나도 서울말을 익혀 답을 썼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쓰던 말을 슬그머니 가슴에 감췄다. 그러는 동안 ‘짜개짜개’는 녹슬고, 녹슨 그 자리를 ‘쪼개쪼개’가 채웠다.

아이들은 표준어를 익혔지만 충청말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쪼개쪼개’를 썼다. ‘쪼개쪼개’는 ‘짜개짜개’만큼은 아니지만 충청도에서 널리 써온 말이다. 아이들은 그게 서울말인 줄 알았다. 충청도 사람이 ‘짜갠다’고 할 때 서울 사람들은 ‘쪼갠다’라고 한다. 그러니 충청도 사람들이 ‘짜개짜개’할 때 서울 사람들은 ‘쪼개쪼개’로 쓸 것이다. 그래서 충청 아이들은 ‘짜개짜개’ 대신 ‘쪼개쪼개’를 열심히 썼다. 지금도 적지 않은 이들이 ‘쪼개쪼개’를 쓴다. 쪼개쪼개 나누고 쪼개쪼개 가른다.

‘올마 되두 않넌 걸 한 사람기다 몰어주지 왜 쪼개쪼개 쪼개구 있넌 겨?

이렇게 열심히 익혔지만, 실상 서울에서는 쪼개쪼개를 쓰지 않는다. 국어사전에도 없다. 오래 찾으면 서울말 ‘조각조각’을 만날 것이다. 짜개짜개도 아니고 쪼개쪼개와도 상관없는 ‘조각조각’이다. 서울 사람이 되고 싶어도 우리가 충청 사람임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짜개짜개, 쪼개쪼개’가 좋다. 서울말과 달라서 좋다. 그래서 열심히 쓴다. 표준어에 있는 방언은 살아남지 못하지만, 표준어에 없는 말은 국어사전에 오른다. 좀만 지나면 코로나에 짜개졌던 충청말들 다시 모일 것이다. 모여 푸르고 푸른 나랏말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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