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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공짜로 오지 않는봄

나태주의 풀꽃편지 - 한국시인협회 회장풀꽃문학관장

2020.05.14(목) 23:41:3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공짜로 오지 않는봄 1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란 말이 있다. 내용인즉 ‘봄에는 마곡사의 신록이 볼만하고 가을에는 갑사의 단풍이 볼 말하다’는 뜻이다.

왜 갑사엔들 신록이 없겠고 마곡사엔들 단풍이 없겠는가. 그렇지만 봄과 가을, 신록과 단풍을 그렇게 짝을 지어 놓고 한 해를 산다는 것이다. 하나의 비유이고 여유로움이고 멋스러움이다. 마음 깊은 삶의 자세다.

봄과 가을. 한자로 써서춘추(春秋). 그것은 어른의 나이를점잖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옛날 중국 사람들의역사책 이름이기도 하다. 세월의 다른말이기도 하다. 그만큼춘추란 말은 품이 넓고 목숨이질긴 말이다.

봄은 하나의축복이고 가을은 또 하나의 선물. 그런데 이 봄과 가을을잘 넘기기가 어렵다. 봄을 잘 넘기면여름을 맞을 수 있고 가을을 잘 넘기면 겨울을 맞을 수 있다. 봄과 가을은 그렇게 가능성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요즘 날씨가 아무리 이상 난동이라 그래도 겨울철은 여전히 춥고 불편한 계절이다. 봄을 기다리면서 겨울을 살기 마련이다. 봄은 눈부신 부활이고 축복이며 감사이다. 하지만 반갑고 좋은 봄이 언제부턴가 조심스럽고 두려운 손님으로 바뀌었다.

봄만 되면꽈당! 대형 사고가 터지는 거였다. 국가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개인으로 보아서도 노인들이 가장 많이 세상을 뜨는 시기가 봄을 중심으로 겨울과 여름철 사이, 간절기다.

하므로 봄을 맞는 것이 무섭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 웃는 얼굴 가득한 봄. 꽃물결과 신록의 강물을 앞세워 춤추며 오는 봄. 그러나그 얼굴 뒤에 비수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섬?하다. 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봄또한 공짜로 오는봄은 없다. 분명하고도 커다란 대가를 치르면서 봄은 찾아온다. 아니다. 무언가 좋은 것을 내놓으라고 두 손을 벌리면서 오는 봄이다.

해마다 봄에게 말하곤 한다. “착하신봄이여. 꽃과 신록과 부드러운 바람을 데리고 오셨으니 꽃처럼 신록처럼 부드러운 바람처럼 우리 곁에 잠시 머물다가 가시기바랍니다. 그리고는 내년에는 더 좋은 얼굴로 찾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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