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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개똥과 개띵이

이명재의 충청말 이야기(40)

2020.05.06(수) 01:31:12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개똥과 개띵이 1


개똥이는 쓸데없는 소리
개띵이는 놀림조의 말
홍길동이 충청 오면 횡길띵
서울 뚱뚱이 충청 뚱띵이로

 
‘거 개똥같은 소리 그만혀.’

괜한 농담하다 퉁을 맞는다. 어릴 적 개띵이라 놀려주던 추억을 꺼냈다가 친구에게 한방 맞았다. 나이가 들어 불알친구를 만나면 애들이 된다. 오랜만에 만나면 함께나눌 공통의 화제가 필요하고, 그러면 함께 뛰놀던 어릴 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엔 빨개벗고 헤엄치던 개울이 첨벙거리고, 어둔 밤 참외서리가 슬쩍슬쩍 끼어든다.

‘개똥’은 뜻이 둘이다 하나는 ‘개가 싸놓은 똥’이고, 하나는 ‘보잘것없거나 엉터리 같은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개똥같은 소리’는 쓸데없는 소리가 되고, ‘개띵이’는 놀리는 말이 된다.

‘이전이 저 산 밑이 개띵이네라구 있었잖유? 왜 그렇대유?’

‘이, 아래뜸이 젊은 여자가 어른내 하나를 데꾸 살었잖어. 근디 사람덜이 애 이름을 물르니께 걜 개띵이라구 불렀지. 그 젊은 여자두머라구 불르기가 그러니께 기냥 개띵이 어매라구 불렀구.’

어릴 적 아랫동네에 개띵이가 살았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산 밑 작은 초가에 사람이 들었다. 젊은 엄마랑 어린아이였다. 참 가난했다. 일품을 팔아겨우겨우 살았다. 동네사람들은 아이 이름을 몰랐다. 아이 엄마 이름도 몰랐다. 그래서 개띵이라 불렀다. 아이 엄마도 굳이 탓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젊은 엄마는 개띵이 어매가 되었다. 그들 모자는 몇년 뒤 동네를 떠났다. 아이와 어매가서로 마주보던 초가는 헐렸다. 그리고 지워진 그들의 흔적 위에 개띵이만 남았다.

개띵이는 아이를 놀림조로 이르는 별명이다. 예전 여름에는 종종 말라리아나 장질부사(장티푸스)가 찾아들었다. 옘병에 아이들이 쓰러졌다. 옘병은 지저분한 이름을 싫어했을까? 아버지와할아버지는 아이 이름을 지웠다. 진짜 이름은 숨겨놓고, 지저분하고천한 이름으로 아이를 불렀다. 죽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달라고손을 모았다. 그래서 옘병이 마을을 쓸고 가는 해면 집집마다 마을마다 개띵이와 쇠띵이가 쏟아져 나왔다.

서울에서 칼춤 추던 홍길동이가 충청도에 오면 횡길띵이가 된다. 한강을 기어내린거북이는 거벡이(거뵉이)가 되고, 서울 뚱뚱이는 여기 와뚱띵이가 된다. 서울 개똥이가 한강을 건너 내려와 개띵이가되는 충청도 말법. 문득 추억 속의 귓가에 어릴 적 이웃 아줌니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개띵이덜이 몰려와 우리 감자밧(고구마밭)을 다흐집어 놨어.’
‘그리기, 개띵인지 쇠띵인지 그눔덜 혼꾸녕을 내야겄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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