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문화

꽃들에게 배운다

나태주의 풀꽃편지-시인·풀꽃문학관장

2020.03.26(목) 14:46:35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꽃들에게 배운다 1


공주시청의 도움으로 풀꽃문학관을 연 것은 2014년의 일이고 정원에 꽃을 심은 것은 2015년의 봄이다. 앞 정원에 할미꽃을 심고 뒤 뜨락 돌담 위에 구절초도 심었다.

그런데 해를 지내면서 꽃들한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꽃들이 심은 자리에서 옮겨 다니며 사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뒤 뜨락 돌담 위의 구절초들이 아래로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꽃씨로 벼랑을 뛰어내린 결과다.

그리고 앞 정원의 할미꽃은 죽어버리고 그 대신 문학관 주변의 빈터 곳곳에 어린 할미꽃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꽃들도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땅을 찾아다녔다는 결과다. 

더러는 심지도 않은 꽃들이 와서 살 때가 있다. 꽃양귀비나 장구채꽃이 그렇다. 일테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다. 이런 친구들이 찾아오면 쫓아내지만 않으면 된다.

저들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 그대로 살도록 허락하기만 하면 된다. 일종의 공생이다.

지금껏 살면서 마음 안에 두고 사는 여러 가지 문장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마라.’ 한 자로 쓰면 ‘거자막추(去者莫追)요 내자막거(來者莫拒)’라. 이보다 좋은 진리의 말씀이 없다. 물처럼 순하게 부드럽게 자연스럽게 살라는 충고다.

이 말을 꽃들에게 적용해보면 이렇게 된다. ‘가는 꽃 잡지 말고 오는 꽃 막지 마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실상 꽃을 기르다 보면 속상할 때가 있다. 귀한 꽃, 예쁜 꽃이라고 아끼는 꽃일수록 잘 자라지 않고 가다가는 죽어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마음이 많이 안 좋다. 며칠을 두고 그 일이 마음의 찌꺼기로 남아 어른거린다. 이럴 때 마음속으로 위와 같은 문장은 셀프힐링이고 자청하는 위로다. 그렇다. 사람들도 제가 싫으면 떠나는데 꽃들이라고 안 그럴까.

그 대신 제가 좋아서 찾아오는 꽃들을 반겨 잘 기르고 사랑해주면 되지. 오늘도 나는 정원의 일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느낀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이런 기쁨과 보람이 나에게 머물기를 소망해 본다.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