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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연의 무게

나태주의 풀꽃편지

2019.10.06(일) 23:44:30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인연의 무게 1


 

수집벽이 있는 나는 가끔 모아놓은 사진이나 묵은 편지를 정리할 때가 있다. 지난번, 묵은 편지를 정리하다가 스스로 의아스럽고 놀란 일이 있다. 편지 뭉치를 뒤지는데 같은 이름의 편지들이 계속 나왔다.

 

누구지? 궁금한 마음에 편지를 꺼내어 읽어보았더니 편지 내용이 애틋했다. 분명 편에서도 애틋한 마음을 전했기에 그런 문면이 되돌아 왔음직하다. 그런데, 이름의 주인공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도 얼굴은 물론 그가 누구인가조차 감감했다. 이런 낭패 앞에 잠시 나는 난감해졌다. 어쩌지? 이렇게 애틋한 편지를 보낸 사람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다니? 이것은 정말로 과거에 대한 무례요 인연에 대한 문전박대가 아닌가. 정말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디.

장력이란 것이 있다.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가령 여기 나무 기둥에 박힌 못이 있다고 하자. 못은 오랫동안 안정되게 나무 기둥에 박혀 있다. 못에 옷을 걸어도 끄떡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 이것은 못이 나무 기둥을 끌어당기고 있고 나무 기둥이 못을 끌어당기고 있어서 그렇다.

세월이 가서 못이 녹슬어 가늘어지고 나무 기둥이 썩어서 성글어지면 못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는 , 하고 힘없이 떨어지고 만다. 장력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의 기억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장력이 떨어져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의 기억이 , 기억의 바닥에 떨어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한때나마 나에게 마음을 주었던 사람. 또한 마음의 부드러운 속살을 허락했던 사람. 그런데 이렇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이 되다니! 이것은 매우 미안스런 일이고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그도 또한 나를 잊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면서 마음을 달래본다.

그러하다. 사람이 어찌 모든 기억을 끌어안고만 있는가. 어떤 점에서 망각이 고마울 수가 있다. 과거의 불행했던 일이나 상처를 잊는 일이 그것이다. 다시 한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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