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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몸으로 하는 기억

나태주의 풀꽃편지 - 시인·풀꽃문학관장

2019.08.16(금) 12:27:2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몸으로 하는 기억 1


요즘 가끔 느끼는 일이다. 사람에겐 이성적, 감성적 기억과 더불어 몸으로 하는 기억도 있을 있다는 . 번번이 책을 때나 책을 편집할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려 원고를 작성한다. 물론 독수리 타법이다. 더러는 좋은 문장이나 기사가 있으면 노트에 적어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마음이나 이성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노트에 베끼거나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다 보면, 그랬어, 그랬지, 바로 그거야, 그렇구나 하는 특별한 자각 같은 것이 오기도 한다. 마치 이것은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 갔다가 돌아와서 며칠 시차 적응하는 일과 같고 유년 시절의 음식 맛에 대한 혀의 기억과 닮았고 모처럼 고향에 돌아갔을 전신을 통한 반응과 같다 

이렇게 몸으로 하는 기억은 보다 자연 친화적이면서 근원적인 기억이다. 보다 본능적이고 깊은 기억이다.

가령 강물을 생각해 보자. 강물을 스쳐 가는 물과 모래와 거기에 사는 물고기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결코 사람들처럼 지적이거나 정서적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를 알고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서 어울릴 뿐이다.

, 아름다움이라니! 지극함이라니! 그것은 바람과 나무와 수풀과 풀과 새들의 관계도 그럴 것이고, 하늘과 구름과 바람과 별들과 벼락이나 천둥의 관계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내가 외출에서 돌아와 실내로 들어왔을 후끈 느껴지는 공기나 냄새에서도 그렇고 밤의 시간 늦도록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려주는 아내의 눈빛이나 몸짓이나 체취에서도 두루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진정 그러하다면 아내나 내가 강물과 모래나 물고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하늘에 오가는 구름이나 바람의 어울림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심한 깊은 어울림이여. 인식을 넘어서 하나의 인식이여. 나는 이러한 세계를 굳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어서 부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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