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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적부적, 시적잖다

이명재의 충청말 이야기 ⑬

2019.05.27(월) 21:41:21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시적부적, 시적잖다 1


 

마무리가 흐리멍덩한

시나브로와 흐지부지 사이

 

봄이 무르익은 5월이다. 아카시아 향기 속에 푸른 바람이 인다. 뿌옇게 시야를 흐리던 황사도 미세먼지도 문득 스러졌다. 제법 여름처럼 뙤약볕이 따가운 한낮은 저녁 시간을 한참이나 뒤로 밀어냈다.

봄이 되면 아이들은 나른해진다. 봄기운이 가득 몸에 내리면 아이들은 펄펄 뛰어다닌다. 낮이 길어지니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공부가 나른하다. 봄에 취해 한낮을 뛰던 아이들은 저녁 시간이 피곤하다. 책을 보지만 시간은 싱숭생숭하다. 생각이 여러 갈래로 번지니 집중이 된다. 아침이 일찍 오고 잠자리는 깊지 못하다. 봄은 그렇게 아이들의 학습을 흩어놓는다. 

나는 학원을 한다. 이때쯤이면 아이들은 학원을 끊는다. 6월로 가는 봄날은 놀기에 좋은 만큼 공부는 하기 싫다. 놀기도 좋고 일하기도 좋은 날들인데 공부는 되는 계절이다. 책을 보기가 싫증나고 효과는 나지 않는다. 그렇게 봄도 시적부적 깊어가고 아이들은 무더운 여름을 버텨갈 것이다.           

‘시적부적’은 표준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충청말이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시나브로’와 ‘흐지부지’의 충청 방언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나브로’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란 뜻을 지닌 말인데, 왠지 충청말 ‘시적부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흐지부지’는 ‘일을 흐리멍덩하게 마무리하는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서로 비슷하지만 ‘흐지부지’는 보통 충청도에서 ‘시지부지’라 하니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다음 국어사전과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일의 마무리를 흐리멍덩하게 하는 모양’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라 소개하고 있다. 보통 충청도 사람들이 ‘시적부적’이라 때는 뜻풀이가 맞다. 방언조사가 정밀하지 못해 전라방언으로 알려진 것이다.

“시적부적 공부헐라믄 집어쳐(흐리멍덩하게 공부를 하려면 일찌감치 그만 ).

“시적부적허덜 않구 죽어라 애쓰믄 넘덜버덤 앞스넌 (흐리멍덩하게 하지 않고 죽어라 노력하면 남들보다 앞서는 거야).

“시적찮게 헐라믄 애저녁이 집어쳐야(흐리멍덩하게 하려면 일찌감치 그만 ).       

5월이 간다. 여름은 공부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이럴 아이들을 지켜주는 규칙적인 학습 습관이다. 생각과 몸이 흐트러지면 세월은 시적부적 우리 곁을 떠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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