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된 공주시 계룡면 중장초등학교의 3월
▲ 중장초등학교 전경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가는 길목에 천천히 차를 달리다보니 초등학교 너른 운동장이 나타납니다. 미세먼지도 없었던 파란하늘이 모처럼 반가웠던 지난 24일(일), 학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니 ‘경고 ’팻말이 보입니다. 학교 이름은 중장초등학교. 언제 폐교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농작물 경작, 쓰레기 등 폐기물을 버리면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 폐교를 알리는 경고판
▲ 현관에 글들이 아쉬움을 더하는 폐교
단층으로 된 아담한 교사는 볼수록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아이들이 드나들었을 현관엔 아직도 ‘창의성을 살려 미래의 꿈을 키우는 중장교육, 바른 품성 5운동 실천’ 이란 문구가 선명합니다. 문을 열어 보았으나 굳게 닫혀 있는 안에는 괘종시계만 덩그러니 걸려 있습니다.
▲ 안전하게 킥보드
▲ 공 하나로 즐거운 시간
▲ 민들레꽃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며 서로 공놀이를 하고, 어떤 아이는 킥보드를 타기도 합니다. 엄마와 쑥을 캐는 모습도 보입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날씨는 포근하고 햇살이 맑았습니다. 반듯한 운동장엔 민들레와 쑥이 이제 막 올라오는 중입니다.
▲ 운동장에서 쑥도 캐고~
▲ 아직은 어린 쑥
▲ 백엽상과 기상상태를 알리는 일기도의 보드판
교사(校舍) 옆으로 가 보니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백엽상’이 보입니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백엽상을 설명해주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표면 부근의 기온이나 습도를 측정하는데 이용했던 백엽상은 직접 비나 눈을 맞지 않게 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세워야 한다는 것. 위치를 보니 딱 그런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백엽상은 나무가 삭아가는 중이고 속은 텅 비었습니다. 빛을 잘 반사시키기 위해 상자의 안과 밖에 칠했던 흰색페인트칠은 이제 거무튀튀해졌습니다. 그 옆에는 한때 기상상태를 알렸던 보드판과 일기도가 그려진 보드판이 걸려 있습니다.
▲ 낙엽송 삼형제, 그 위로 보이는 계룡산
운동장에서 학교 정문 쪽을 바라보면 계룡산 자락이 멀리서 학교를 굽어봅니다. 입구에는 우람한 낙엽송 세 그루가 사이좋은 삼형제처럼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운동장 울타리와 교문 밖의 가로수는 모두 은행나무입니다. 여름이 오면 푸른 이파리가 무성해질 것입니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낼 풍경이 벌써부터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