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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재는 선(善), 공공악재는 악(惡)이다

칼럼 - 이기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2017.07.17(월) 20:58:08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공공재는 선(善), 공공악재는 악(惡)이다 1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
이제는 공공악재 문제, 똑바로 직시해야 올바른 정치


공공재(公共財, public goods)는 말 그대로 선(善, good)이다. 도로, 공원, 학교, 전기, 수도, 가스 같은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요긴한지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재는 필요한 만큼 잘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재는 개인이나 기업에만 맡겨둬서는 안되고 정부가 나서서 공급할 수밖에 없다. 열 명이 모이면 열 가지 목소리를 내는 경제학자들도 여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공공재의 대척점에 있는 공공악재(公共惡財, public bads)는 악(惡, bad)이다. 쓰레기, 소음, 공해, 미세먼지, 악취 같은 것이 대표적인 공공악재이다. 문제는 개인들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기업들은 틈만 나면 폐수를 하천에 몰래 버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오염물 처리 비용이야 몇 푼 절감되겠지만, 공기나 땅, 강물의 오염은 두고두고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격이다.

따라서 공공악재는 개인이나 기업의 선의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제거해야 한다. 어떤 경제학 교과서를 들춰 봐도 여기에는 별 다른 이론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의 공공정책은 공공재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덕분에 전국 방방곡곡에 전기, 수도, 가스, 통신이 보급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고, 어떤 험산준령에도 뻥뻥 뚫린 일직선 도로로 차들이 씽씽 달린다. 영화 한 편 볼 시간이면 고속전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세상이 되었다. 옛날에는 어쨌는데 어쩌고 면 쉰 세대로 몰리지만, 어딜 가더라도 세상 참 엄청 달라졌다는 소리가 연방 나오는 걸 참기 어렵다.

반면에 공공악재를 제거하는 정책과 투자는 외면당해 온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어딜 가나 담배꽁초에서부터 잡다한 쓰레기가 너저분하게 늘려있고, 맑디맑던 시내와 강물은 악취 나는 시궁창으로 바뀌었다. 미세먼지, 악취, 소음 때문에 외출하기도, 창문 열기도, 숨쉬기도 곤란한 지경이고, 환경호르몬이나 발암 다이옥신이 나온다 해도 곳곳에서 태우는 폐비닐과 플라스틱 연기에는 그러려니 하는 형편이다.

왜 공공악재 처리 문제는 늘 뒷전이었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일 것이다. 사실 이미 존재하는 공공악재 제거는 웬만큼 투자해서는 표도 잘 나지 않고, 이해 당사자의 눈총을 받아 표 깎아 먹기 십상이다. 반면 도로, 항만, 철도, 신공항 유치 어쩌고 하면 표로 연결이 되었다. 올림픽, 월드컵, 엑스포 같은 행사 유치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이면 온갖 토목 건설 사업에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 공약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나돌았다.

그러나 공공재는 웬만큼 공급되었다. 어쩌면 과잉을 걱정할 지경이다. 어딜 가도 온종일 자동차 몇 대 안 다니는 도로, 파리 날리는 박물관, 애물단지 경기장, 빚덩이 국제 행사장, 흉물스런 공공시설 조형물들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또 머잖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텐 데, 이 많은 도로, 발전소, 초고압송전탑, 댐 들은 다 어떻게 할 셈인가.

풍부히 공급된 공공재의 역기능도 만만찮다. 발전소 건설은 미세먼지, 핵폐기물, 초고압송전탑을 둘러싼 사회 갈등을, 댐 건설은 환경파괴와 수몰민, 고속도로와 고속철은 부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낳았다. 도로 건설로 온 국토가 부동산 투기장이 되었고, 의좋던 부모, 형제, 이웃은 땅 때문에, 개발 때문에 원수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핵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라고 평가했다. 제대로 본 것이다. 여기서 ‘에너지 정책’을 ‘공공정책’으로 바꿔서 말해도 그대로 성립한다. ‘값싸고 풍부하게’ 공공재를 공급하고, 누리는 시대를 보내자. 개발의 광풍, 광기를 끝내자.

어디가 가렵고 아픈지 알고, 그 곳을 어루만져주는 것이 진정한 정치이다. 지금은 공공악재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각종 공해, 폐기물, 생활쓰레기, 소음, 악취, 폐수 걱정을 덜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나아가 사람 사는 세상,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촛불혁명과 탄핵, 대선을 보라. 제대로 된 나라, 올바른 정치가 무엇이고, 누가 가렵고 아픈 데를 어루만져줄 것인지 국민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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