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비교적 방문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친 곳들 또한 꽤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번에 방문한 한국고건축박물관이다. 이곳에 당도했을 때의 기온은 무척 추워 손끝은 시려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날씨가 맑아지면서 파란하늘과 구름이 어찌나 예쁘던지 겨울에 이런 날씨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오랜만이었고 행운이었다. 박물관의 특성상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중요한 자료를 보아야 하지만 깨끗한 하늘도 방문자에게는 여러모로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그 행복한 마음으로 박물관에 들어선다. 


제 1전시실(좌), 팔각정(중앙), 제 2전시실(우)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은 동북아시아의 중국과 일본의 건축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나라만의 뚜렷한 특징을 갖고 몇천년을 내려왔다. 하지만 전쟁이 많았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전쟁과 관리 소홀로 없어진 것들이 많다. 문화관광부 제 136호로 등록된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된 인간문화재 대목장 거암 전흥수가 일생을 통해 전수받은 선조들의 기예를 후세에게 남겨주기 위해 평생 모아온 전 재산을 들여 1998년 10월 24일 개관한 것이라 한다. 


제 1전시실 내부

박물관은 제1전시관과 제2전시관, 연구동, 팔각정 등 10여채가 있고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고건축문화재를 실제 모형의 1/10, 1/5로 축소 제작하였고 우리 고건축에 사용되었던 연장(공구)도 전시가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건축 뿐만 아니라 중국의 건축도 몇 점 전시되어 있다. 


서울 숭례문(국보 제1호) 실제 건축물 10:1

박물관에 소개된 모든 작품을 소개하기는 힘들고 그 중에 중요한 국보 몇점과 충남의 모형물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008년 화재로 모든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숭례문이었다. 서울 성곽의 정문인 숭례문은 화재가 나지않았다면 현존하는 서울의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석축 중앙에 홍예문이 있고 그 위에 정면 5칸 2칸의 우진각 지붕으로 되어있다. 기둥 위 공포는 다포식이며 살미첨자가 조선초기의 수법이다.  



실제 건축보다 1/10로 축소되어 있지만 대목장의 솜씨로 빚어낸 것이라 그 섬세함이 대단하다. 기와의 맨 위에 올려진 천산갑, 삼살보살, 마화상, 이구룡, 이귀박, 사화상,저팔계, 손행자, 대당사부 또한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실제 크기의 소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실제로 작업을 하였던 망치와 톱들을 비롯한 연장들
 

종묘정전(국보 제227호) 실제 건축물 5:1

이번에는 종묘정전이다. 종묘정전은 조선왕조 때 당시 재위왕의 4대조와 역대왕 중에서 특히 공덕있는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하는 곳이다. 건물은 자연박석을 깐 넓은 월대 위에 간략한 익공개 형식을 갖춰 세운 맞배집인데, 전면에는 각 칸마다 판문을 달아 개폐하도록 하고 후면과 측면은 벽으로 막았다.
 

 

덕수궁 중화전(보물 제819호) 실제 건축물 10:1

덕수궁 중화전은 원래 2층 전각이었으나 1904년에 화재로 소실된 후 1906년에 단층 전각으로 중건되었다. 이 건물은 고종황제가 1897년에 러시아 공관으로부터 덕수궁으로 옮긴 후에 재취하는 동안 정전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2중의 넓은 월대 위에 세워져 있고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의 다포형식의 집이다. 



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사찰을 볼 때마다 주심포양식이다 맞배지붕이다 하면서 어려운 건축용어들이 많아서 답답한데 용어들을 붙여놓아 알기 쉽도록 해 놓았다. 이곳에는 우리가 흔히 알던 용어들보다 더 심오한 것들이 많아 이 용어들을 모조리 기억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하기가 쉬웠다.  


홍성 고산사 대웅전(보물 제399호) 실제 건축물 5:1

충남의 건축물을 찾아보았다. 그 중의 하나가 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홍성 고산사였다. 가람의 위치와 앞에 있는 석탑 등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사찰로 추측된다. 대웅전은 조선 초기의 건물로서 정면 3칸, 측면 3칸으로 된 팔작지붕의 주심포집이다. 평면이 거의 정사각형이며 주심포계 형식이며 창방 위에 평방을 두어 그 위에서 공포를 짜고 있음이 특징이며, 소로 중에는 굽받침을 갖고 있다. 내부에는 중앙부에 우물천장을 짠 것도 다포계 형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이 워낙 맑아 단청 무늬와도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다. 이곳에 전시된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으니 나머지는 직접 찾아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나 또한 모형물을 살펴보면서 가본 곳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들이 있어 다음 여행길에 찾아가보아야 할 곳들이 많아졌다.

건축을 전공하거나 특히 고건축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하루종일 있어도 모자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여행을 하다보면 워낙 많은 사찰과 궁궐을 만나기에 이곳에서 건축 모형물을 보면서 예습·복습을 하는 것도 좋겠다. 다시는 숭례문의 화재와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후세에도 널리 오래도록 변함없이 지켜지길 바래본다.


예산 한국고건축박물관/041-337-5877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홍덕서로 5439(대동리 152-18)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동절기 11.1~2.28 매주 월·화 휴관)
입장료 : 어른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