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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34) 불타는 군량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2.30(화) 02:00:5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34불타는군량 1

미소34불타는군량 2


“저 군량을 목표로 삼는다. 저 것만 불태우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흑치상지의 눈에 투지가 불타올랐다.  

“내가 직접 저 군량들을 불태운다. 너희들은 저쪽 군막을 맡아라.”  
흑치상지는 부장들에게 군막을 맡기고 자신은 소수 정예를 이끌고 군량을 맡기로 했다.  

“명심해라. 신호가 터지면 즉시 대책을 향해 물러가라.”  
“알겠습니다.”  
대답을 마친 부장들은 각기 맡은 군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그리고는 군막의 근처에서 흑치상지의 신호를 기다렸다.  

군막은 몇 명의 군사들이 지키고 있었으나 후방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군기가 서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흑치상지는 재빨리 군막으로 다가갔다. 두 명의 군졸들이 창을 든 채 서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금성이 어떠니, 처자가 어떠니 하는 것으로 보아 고향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흑치상지는 손을 들었다. 부장에게 한 사람을 맡으라는 신호였다. 이어 눈짓을 주고받은 흑치상지와 부장은 번개같이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소리 없이 군졸들을 해치웠다. 워낙 빠른 몸놀림이라 마치 바람이 지나는 듯했다. 그와 동시, 다른 군막의 군졸들도 소리 없이 쓰러졌다. 다른 부장들이 모두 해치운 것이다.  

군막을 지키는 군졸들이 모두 쓰러지자 흑치상지는 손짓을 했다. 이어 백제의 싸울아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리고는 군량에 화약과 염초를 던져 넣고 불을 붙였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군량에 불이 붙고 여기 저기 군막에서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성공이었다.  

“신라 놈들을 요절내라. 한 놈도 남겨놓지 마라!”  
흑치상지의 외침에 백제의 싸울아비들이 일제히 칼을 들어 군막을 들이쳤다. 허둥지둥 놀라 나오던 신라군들이 피를 흘리며 연이어 쓰러졌다. 비명이 터지고 신음이 쏟아졌다. 평온하기만 하던 신라 군영은 이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흑치상지는 정신을 못 차리고 나오는 신라군을 도륙했다.  

“적의 습격이다. 진영을 갖춰라!”  
그제야 신라군에서 천존과 죽지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대왕을 모셔라. 중군을 막아라!”  
김유신도 허둥지둥 투구를 쓰고 나왔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후방은 불길이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어두운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저긴? 군량을 지켜라! 군량을 지키지 못하면 큰일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야 깨달은 김유신은 목이 터져라 외치며 후방으로 달려갔다. 그의 뒤를 따라 신라군이 군량을 지키기 위해 후방으로 몰려갔다.  

“자, 때가 되었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이여, 앞으로!”  
사타상여는 측면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후방으로 몰려가던 신라군은 또 다른 적의 습격에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 되고 말았다. 군량은 불타고 어둠 속에 어디서 또 적이 뛰쳐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왕좌왕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임존성에서 북이 울리며 함성소리도 들려왔다. 신라군은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제의 싸울아비 사타상여는 닥치는 대로 신라군을 도륙했다. 백제군은 사기가 올랐다. 전투가 아닌 살육의 잔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철천지원수인 신라 놈들을 한 놈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라! 우리 백제의 원수들이다.”  
백제의 싸울아비들은 야차와도 같이 신라군을 쓰러뜨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신라군은 이제 싸울 엄두를 못 내고 창과 칼을 버린 채 도주하기 시작했다. 군막이 넘어지고 불타는 가운데 비명이 대지를 흠뻑 적셨다.  

“이럴 수가. 군량이 모두 불타다니.”  
후진에 도착한 김유신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군량이 쌓여있던 군영을 바라보았다. 이미 잿더미로 변해버린 군량은 아직도 화릉화릉 잘도 타고 있었다. 분노가 아닌 약이 바짝 오른 김유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는 군막 한 쪽에서 자신의 군사들을 유린하고 있는 범 같은 사내를 보았다. 흑치상지였다.  

“네 이놈!”  
호통을 지른 김유신은 흑치상지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칼을 내뻗었다. 그러나 흑치상지는 가볍게 피하고는 오히려 김유신의 목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질겁한 김유신은 물러서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어 흑치상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섣불리 상대할 자가 아니란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네 놈이 이리했단 말이냐?”  
분노에 찬 김유신의 말에 흑치상지는 웃음으로 답했다.
 
“그래, 내가 했느니라. 이 당나라의 개만도 못한 놈아!”  
흑치상지의 모멸과 여유로움에 김유신은 얼굴을 씰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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