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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연재소설] 미소 (29) 김유신

청효 표윤명 연재소설

2014.11.07(금) 16:05:0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미소29김유신 1


미소29김유신 2

“신라 놈과 일대 일로 겨루는 모양입니다 그려.”
지수신은 신이 났다. 흑치상지도 손을 거머쥐었다.

‘이번 판은 백제와 신라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꼭 이겨라 별부장.’
흑치상지는 속으로 사타상여를 응원했다. 그러나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말이 휘돌자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백제 진영에서 북이 울렸다. 하늘을 울리는 북소리는 백제의 위엄이었다. 신라군에서도 나팔을 불고 북을 울려댔다.

번뜩이는 창날이 죽지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러자 죽지는 몸을 비틀며 오히려 사타상여의 목을 노렸다. 이에 사타상여는 몸을 눕혀 말 등에 누웠다. 절묘한 기마술에 백제 진영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사타상여의 몸이 퉁겨 오르며 창끝이 죽지의 허벅지로 날아갔다. 창날은 은빛 뱀처럼 죽지의 허벅지를 물었고 죽지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려냈다.

기회를 놓칠 사타상여가 아니었다. 곧이어 말을 휘돌려 다시 창을 거둬들이고는 죽지의 갈색 말에 바짝 붙였다.

정신이 없는 죽지는 말고삐를 놓치고 몸이 기우뚱 휘청했다. 그때 사타상여의 솥뚜껑 같은 손이 죽지의 뒷목을 거머쥐었다. 순간 흠칫 놀란 죽지는 목을 움츠리며 말에서 뒹굴었다. 스스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적장의 손에 사로잡히느니 낙마하는 것이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무리 천하장사라지만 말에서 굴러 떨어지는 적장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기는 힘든 일이었다. 사타상여는 죽지를 놓치고 말을 물렸다. 그 사이, 죽지는 뒤로 물러섰다. 그때 신라진영에서 요란하게 북이 울려댔다. 김유신이 몸소 기병을 이끌고 달려 나온 것이다.

“물러서라. 대열을 갖추고 적에 대비하라!”
오천의 기병이 움직이자 말발굽 소리로 하늘이 울어댔다. 사타상여는 보란 듯이 대열을 정비한 채 맞섰다. 그 사이, 김유신은 죽지를 구했다.

“놈들이 수로 밀어붙이려 하는군.”
지수신은 입가에 흥미로운 웃음을 머금었다. 반면 흑치상지는 근심으로 얼굴이 어두워졌다.

백제의 군사들과 백성들은 열배가 넘는 신라 기병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렇게 이는 먼지구름이 산 아래를 가득 메울 기세였다. 그 사이로 언뜻 보이는 백제의 기병은 차라리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기백만큼은 오천 이상의 것이었다.

“백제의 망령들이 유별나기도 하구나. 어서 항복하라. 그러면 목숨만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니라.”
김유신의 호통에 별부장 사타상여가 창을 들어 맞받았다.  

“당나라의 개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창을 버리고 냉큼 저 바다를 건너가 이치의 개나 되어라.”
말을 마친 사타상여는 허리춤에 있던 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화살을 먹여 겨누었다. 이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놀란 김유신이 말 등에 납작 엎드렸다. 화살은 김유신의 투구를 스치고 떨어졌다.

“그래도 목숨은 아까운가 보구나.”
사타상여는 말을 마침과 동시 껄껄웃음으로 김유신에게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말머리를 돌렸다. 이어 대책을 향해 쏜살같이 치달았다. 오백 백제 기병의 뒤로 먼지가 꼬리처럼 길게 일었다. 

간담이 서늘해진 김유신은 그저 멀뚱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 뒤쫓으라는 명령도 잊은 채 텅 빈 벌판만을 바라보았다.

“장군, 어쩌시겠습니까?”
부장 천존이 묻자 그제야 정신이 든 김유신은 손을 들었다.

“물러서라. 섣불리 쫓을 자가 아니다.”
김유신은 험준한 임존산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말없이 임존성을 가리켰다.

“과연 천하의 요새로다. 저런 험준한 산에 성을 쌓다니, 백제의 마지막 보루임에 틀림없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성이로다.”
김유신은 한 숨과 함께 다시 천존에게 물었다.

“그 자는 누구더냐?”

“흑치상지의 별부장으로 있는 사타상여라고 합니다.”
길잡이 무륜의 말에 김유신은 짧게 한 숨을 내뱉었다.

“별부장이 저 정도이니 흑치상지야 어떻겠는가?”

“그렇습니다. 복신과 도침이 이 임존성을 흑치상지에게 맡기고 주류성으로 간 것만 보아도 그 인물됨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춘도 거들었다.

“흑치상지가 임존성으로 든 지 열흘 만에 삼만 군이 모여들었다고?”

“예, 백제 백성들의 흑치상지에 대한 믿음이 그렇습니다.”
김유신의 얼굴이 곤혹스러움으로 가득 물들었다.

“한 번 대결해 볼 만한 자로다. 흑치상지라.”
김유신은 흑치상지를 되 뇌이며 중얼거렸다.

“장군, 어떻게 할까요? 군사들의 사기도 있고 하니.”
천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유신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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