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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山史 현대시 100년관에서 시의 향기에 물들다

2014.03.26(수) 13:19:03 | 유 희 (이메일주소:eyu07@hanmail.net
               	eyu07@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영롱한 시를 읊으며 감상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짧은 운율에 담긴 시인의 서정에 살포시 마음이 떨렸던 순간이.

아롱아롱 봄이 피어오르는 3월의 어느 날, 현대시 100년관에서 시의 감성에 오롯이 물들었다. 봄을 맞아 만물이 소생하듯, 바쁜 일상 속에 묻어두었던 감성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시간이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 설레었다.
 
 

현대시 100년관 입구

▲ 山史 현대시 100년관 입구


山史 현대시 100년관은 우리나라 현대시 100년의 역사와 숨결이 살아 있는 현대시 기념관이다. 지난 2013년 11월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 창조관 13층에 개관한 전시관으로 1900년대 현대시의 태동기에서부터 현대시의 흐름과 작품을 일목연하게 알 수 있다.

 

기념관 입구

▲ 山史 현대시 100년관 입구


山史 현대시 100년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집 김억의 해파리의 노래,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희귀 원본시집을 비롯해 고은, 서정주, 최남선 등 유명 시인의 친필 액자와 병풍, 초상시화 등 우리나라 현대시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교과서나 책에서 읽던 시집의 원본을 직접 보는 순간 시가 마음을 곱게 물들였다.
 
현대시 100년관이 소장한 자료는 무려 16,000점이라 한다. 놀라운 것은 이 방대한 자료들이 김재홍 교수(경희대 명예교수) 한 사람이 수집한 자료인데, 고향의 을 위해 아낌없이 기증했다는 것이다. 山史는 김재홍 교수의 호이다. 평생 모은 진귀한 자료들을 선뜻 내놓는 고향 사랑에 마음 한 곁이 찌르르 울렸다. 시를 연모하는 사람만이 가진 순수한 사랑인 듯하여.
 
 

시집 전시관

▲ 시집 중앙 전시관

중앙 전시관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임화의 현해탄(1939), 유치환의 생명의 서(1955) 등 유명 시인의 원본 시집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안에 있는 모든 작품이 귀하지만, 그 중에서 특별한 것을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한다. 진달래꽃, 님의 침묵 등은 남아 있는 것이 2~3개뿐이라고 하니 단아한 옛 글씨체와 빛바랜 시집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시의 증거인 것 같다.
 
 

1관 한국 현대시 100년사

▲ 1관 한국 현대시 100년사


1관 한국현대시 100년사에서는 우리나라 시의 한 획을 긋는 대표시와 대표 시집의 원본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연대별로 전시된 해에게서 소년에게, 님의 침묵 등 주옥같은 시를 하나하나 읊으며 우리나라 최초 시집인 김억 ‘해파리의 노래’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의 원본 시집을 감상하며 시의 감성에 물들었다.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와 함께 시인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어 시의 감성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인의 개성을 그대로 담아낸 초상화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시화와 시집

▲ 시와 시집


1930~40년대의 시집이 전시된 곳에서 노천명의 사슴을 발견했다. 1938년 작품.
모가지가 길어서...로 시작되는 서정 깊은 시가 마음에서 울렸다. 현대 시집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감성....

 

2관 시와 그림

▲ 2관 시와 그림


2관 시와 그림 전시관은 시에 담긴 감성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공간이다. 시와 그림은 하나라는 시서일률(詩書一律)이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김점섬

▲ 김점선, 산이 날 에워싸고


추상미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김환기, 화려한 색을 구사한 서양화가 김점선 등 당대의 유명화가들이 시의 감성을 그림으로 투영해 냈다. 유명화가들의 섬세한 작품이 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김점선 화가가 그린 박목월의 '산이 날 에워싸고'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윤동주의 ‘십자가’였다. 자기희생의 상징인 십자가를 통해 구원을 이루겠다는 시인의 결의가 두 획으로 단호하게 그려져 있다. 다른 장식 없이 붓으로만 그려낸 십자가에서 시인의 마음과 추기경의 뜻이 같음을 느꼈다. 시대를 초월해 만난 의기가 심장을 관통하는 듯하다. 종교와 상관없이 십자가의 의미에 숙연해 졌다. 이것이 시의 힘이 아닐까.
 
 

고은 친필 병풍

▲ 고은 친필 병풍


시와 삶, 3관에서는 시인이 직접 쓴 병풍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글씨에는 사람의 내면이 담겨 있다. 강하거나 섬세하거나...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리고, 다듬은 작품은 시의 감흥을 더했다.소쩍 소쩍 소쩍새 운다...로 시작되는 고은 시인의 13폭 병풍의 내용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4관 시인의 표정

▲ 4관 시인의 표정

4관은 자작나무와 참나무를 원형으로 이용해 시의 숲을 형상화 한 공간이다. 한 벽면에는 시인들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고, 다른 쪽 벽에는 시집이 빼곡했다.

 

시의 숲길

▲ 시의 숲길


원형 나무에 전시된 시 작품을 따라 한발 한 발 옮기다 보면 숲 속 오솔길을 거니는 듯 했다. 시의 숲길이다. 개방된 문을 따라 지그재그 걸으며 한동안 시를 감상했다. 

 

책상 속의 시집

▲ 나무 책장 속의 시집

이곳은 시에 흠뻑 빠져드는 공간인 것 같다. 한쪽 벽을 장식한 시집들은 보는 것 만으로 좋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나무 의자에 앉아 한참 시집을 읽다가도 좋으련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시를 읽은 짤막한 감상을 적어 놓은 나도 시인 코너도 재미있었다.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메모, 이것도 짤막한 시이리라.

시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山史 현대시 100년관. 이곳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참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곳에 들렀을 때 단체 관람을 하는 두 팀을 만났다. 어르신들과 대학생. 대학생들 못지 않게 어르신들도 관심을 갖고 시를 감상하셨다.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 미리 예약을 하면 시인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을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뒤를 따라 귀동냥으로 설명을 들어 더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시인의 설명 덕분에 관람이 더 재미있다고 하시던 어르신들은 “좋은 시를 만나 14살 소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 말에 시인은 “언제든지 놀러오세요.”로 친절하게 웃었다.
 
이날 山史 현대시 100년관에 머물던 사람들의 얼굴은 말갛게 빛이 났다. 시의 감성에 물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시를 만났는데, 무덤덤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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