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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우리동네 90세 어르신 방송 촬영 있던 날

2012.09.12(수) 14:08:00 | 도희 (이메일주소:ass1379@hanmail.net
               	ass137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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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방송국 촬영팀이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하여 우리 동네 90세 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얼마 전에 필자가 이분을 기사화해서 올린 글을 보고 방송국에서 의뢰가 왔다고 한다. 방송 촬영이 있던 날 잠깐 시간을 내 어르신 댁을 가 보았다.
 

어르신 연세만큼이나 낡은 집이지만 집 앞에 서 있는 자전거를 보면 웬지 반갑다. 지금은 한창 고추 수확기라 집 앞 마당에는 빨간 고추가 가을햇살에 마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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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내외의 고무신이 세워져 있는 모습에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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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이 없어 조용한가 했는데 예쁜 처자가 문을 살그머니 열더니 '지금은 방송 촬영 중이니 쉿! 조용히 하세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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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어르신 내외가 수확한 대추랑 녹두 그리고 옥수수 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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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참여하던 86세 아주머니가 문을 열더니 옆 대청마루에 앉아서 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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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동안  이 집을 둘러보았는데 마당에 나란히 피어있는 꽃이 65년을 함께 살아온 어르신 내외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밭에 심어 놓은 농작물을 보살피러 다니던 모습이 유난히 필자의 눈에 띄어 눈여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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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키운 청포도가 무르익어 가는 계절에 구순 노인이 텔레비젼 장수프로그램 촬영에 임하고 있다. 그 동안 살아온 경륜과 품행이 생면부지의 아낙의 눈에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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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에 소박하게 피어있는 작은 채송화가 어르신의 모습이듯 소박하고 아름답다. 이 꽃처럼 부지런히 살아온 한 촌부의 모습이 타의 모범이 되고 후손들에게는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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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오면 웬지 고향집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 처럼 마음이 설렌다. 또 손때 묻은 옛날 물건들을 보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추억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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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농산물을 까불러서 알곡을 가려 내는데 쓰는 키를 오랫동안 수선해서 사용하다가 올해 새 것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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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곡의 잔돌을 골라내는 데 사용한 채에서도 세월의 흔적과 손때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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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농산물을 말리거나 담는 데 사용한 바구니, 채반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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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풍로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 할머니가 마당에서 화로에 숯불을 넣고 그 위 대나무 껍질에 생선을 올린 다음 숯불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바람을 일으키는데 사용했다. 바퀴처럼 생긴 테에 굵은 고무줄을 두른 다음에 오른쪽에 있는 손잡이를 힘껏 돌리면 고무바퀴가 돌아가며 앞쪽으로 바람이 나와서 꺼져가는 불씨를 살린다. 가끔은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도 사용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할머니" 오랜 세월 속에 잊혀졌던 것들이 되살아나며 추억의 현장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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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헛간 지붕처럼 우리 조상은 친환경 재료를 집을 짓는 데에 사용했다. 툭 치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데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비바람을 가려주며 함께 지내온 모습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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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닭 울음에 어머니가 육중한 무쇠솥을 '드르륵'여는 소리와 함께 가족들이 잠에서 깨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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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서는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시절에 있다.


흙과 나무와 바람의 소리를 느끼며 살아온 우리 고유의 정서를 그리워하며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이웃을 배려하는 어르신의 삶에서 묻어나는 향기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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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방송촬영이 끝나고 86세 할머니가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반찬이 대부분인데 고구마순, 오이채, 김,열무김치, 장아찌 등 채식 위주다. 오늘 특별하게 쇠고기 무우국을 준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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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를 어르신도 한잔 하시겠다고 한다. 평소에 어르신은 커피를 안 마시는데, 오늘 손님들을 위해 한잔 마시겠다고 한다. 이런  타인에 대한 배려를 통해 이 분의 살아온 삶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오늘 촬영한 EBS TV ' 장수가족 건강의 비밀' 은 오는 25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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