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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천리포수목원

정든 나무들과의 헤어짐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배우다

2012.08.31(금) 08:32:41 | 천리포지킴이 (이메일주소:bestsj0327@naver.com
               	bestsj032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제 15호 태풍 볼라벤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천리포수목원에서도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라 혹시나 수목원의 벤치와 시설물들이 날라다니며 사람들과 식물에 피해를 줄까 고정되어 있지 않는 장비들은 다 옮겨 싣고, 약한 식물들도 미리 파악하고 정리하고 줄을 묶어 두기도 했지요.

 

28일 본격적인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기왓장이 날라갈 것 같은 강력한 바람이 불어들기 시작하더군요. 하늘은 갈기 갈기 찢긴 나뭇잎들이 소용돌이 치며  날라다니고 있었어요. 태풍이 서해안을 지나 북한으로 갔다고 했는데도 바람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모두에게 태풍의 밤이 지나가고 다음날 수목원을 돌아보는데 생각했던것 보다 상처가 컸습니다. 태풍도 하늘이 하는 일인지라, 인력으로 막지 못한 부분이 있었나봅니다.

 

큰 연못 옆 낙우송의 부러진 가지

▲큰 연못 옆 낙우송의 부러진 가지

 

큰 연못 옆 낙우송이 성인 키 보다 큰 가지를 내어주고 있었지요. 가슴이 덜컹 했지요. 이정도의 위력이면 다른 나무들은 무사할까?

 

레이란드측백이 뿌리채 쓰러진 모습

▲레이란드측백이 뿌리채 쓰러진 모습

 

천리포해변이 보이는 해안전망대를 지나면 만날 수 있었던 레이란드측백나무 형제들이 줄줄이 쓰러져있었지요. 이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박사가 수목원 조성 초기에 레이란드측백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너무 가까이 나무들을 심어 서로 경쟁을 하면서 치열하게 자라나 외형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나무입니다. 여러사람들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옮겨 심을것을 건의했지만 나무를 심을때 그 나무가 클 것을 배려하고 심으라는 의미로 남겨놓고 아끼셨다는 나무라 수십년간 민병갈 박사의 사랑과 그가 죽고 나서는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사랑을 받은 나무인데  말이죠. 나무를 심을때 배려라는 단어를 생각하게한 나무라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키가 큰 나무가 탐방로로 넘어진 상태라 하는 수 없이 일부 나무는 절단을 하게되었습니다.

 

태풍볼라벤이지나간천리포수목원 1

 

하지만 너무 오래 슬퍼할 시간이 저희에게 없어요. 아직 희망이 있는 나무들도 구조해야하고, 또 민병갈 설립자도 하늘이 내린 이런 일에는 자연의 섭리를 따를는게 이치라고 하셨다지요.

 

태풍볼라벤이지나간천리포수목원 2

 

꼬불꼬불 스트로브잣나무도 쓰러졌어요

▲꼬불꼬불 스트로브잣나무도 쓰러졌어요

 

목련나무도 기우뚱

▲목련나무도 기우뚱

 

수십년간 천리포해변의 모진 해풍과 비바람을 견뎌온 수목원 나무들이 곳곳에서 넘어지고 부러졌지만,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을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삼 자연의 위력을 실감해 봅니다. 우리는 한낱 바람앞에서 이리도 하찮은 존재인걸요. 그리고 그동안 자식처럼 함께한 나무들에게 밤새 부서운 태풍을 견디어 준것에 감사와 고마움 그리고 죽은 나무들에게는 그동안 정말로 고마웠다고 인사를 전합니다.

 

쓰러진 나무들을 일으켜 세우고, 생을 다한 나무들을 정성껏 정리해야 하는 우리 천리포가족들 모두에게 힘을 주세요!

 

거친 바람을 이겨내고 목련 아래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 맥문동

▲거친 바람을 이겨내고 목련 아래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 맥문동

 

참, 이리도 거친 바람이 불어도 또 이리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 자연이란 것에 대한 한없는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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