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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가지 무침에 담긴 그 시절 애환

그리운 할머니

2011.09.18(일)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너무도 일찍 여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나이, 아니 ‘나이’라고 하기엔 생뚱맞은 고작 생후 첫돌 무렵에 그만 어머니와는 영영 이별을 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어머니는 사진 한 장조차를 남기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저는 지천명도 넘은 지금도 어머니의 모습은 구름에조차 그릴 줄 모르는 원초적이고 극명한 아픔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하튼 그 바람에 젊은 나이가 홀아비가 된 아버지께선 당시의 제 고향인 천안시 봉명동의 같은 동네 사시던 할머니께 저의 양육을 부탁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할머니 또한 박복하시어 남편에 이어 자식들까지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참척(慘慽)을 겪으셨지요. 그 때문이었을까요... 할머니께선 저를 정말이지 친손자 그 이상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셨습니다.

그 은공이 너무도 고마워서(!) 저는 할머니의 작고 이후 단 한 번도 빼먹지 않고 매년 설날과 추석, 그리고 한식 때도 성묘를 했던 것이죠. 이제는 천안 백석동의 공원묘지가 개발로 말미암아 사라져 할머니의 외손자들이 이장을 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당시의 요즘 같은 무렵이면 꼭 그렇게 가지 무침을 해 주셨습니다. 오늘 문득 그 생각이 뇌리의 창고에서 불쑥 문을 열고 튀어나오더군요. 하여 재래시장에 간 김에 가지 4개를 1,000 원 주고 샀습니다.

어머니 없이 자란 때문으로 저는 웬만한 반찬은 정말이지 요리사 이상으로 잘 만드는 기술이 있거든요. 우선 가지를 물에 씻어 자른 후 끓는 물로 삶았습니다. 그걸 건져 식힌 뒤에 두 손으로 죽죽 찢어 물기를 쪽 짜냈지요.

다음으론 양념간장을 만들어 그걸 무쳤는데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야말로 밥 도둑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요즘 제반의 물가가 죄 올라서 서민들 살기가 더욱 팍팍합니다. 그러나 요즘이 한창인 가지만큼이나 가격이 착한 녀석도 없지요.

또한 맛이 달고 성질이 찬 효능이 있어 편도선염과 구내염 등에 의해 열이 났을 때 가지를 먹으면 가라앉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울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증까지를 다스린다고 하니 가지는 자주 먹으면 아주 좋은 식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너무도 일찍 저와 아버지를 떠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가까스로 용서로 선회하게 된 건 법정스님이 지으신 <무소유>이란 책에서 본 다음과 같은 구절(句節)때문이었지 싶습니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러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다음 달에 아들이 집에 오면 오늘 만든 가지 무침을 다시 선보일 요량입니다.

  가지 무침에 담긴 그 시절 애환 1  
▲ ▲ 제가 만든 가치 무침입니다. 가격도 착해서인지 더욱 맛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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