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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검정고무신과 아이스케끼

멀쩡한 들기름병을 아이스케끼랑 바꿔 먹었던 그때 그 시절

2010.08.16(월) | 홍경석 (이메일주소:casj007@naver.com
               	casj007@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열대야까지 협공하는 바람에 밤에 잠을 못 자 고생한 적도 비일비재했다.
이같이 무더위가 창궐한 바람에 평소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아이스크림, 아니 아이스케끼를 많이 사 먹기에까지 이르렀다.

그 ‘덕분’으로 지난 시절 아이스케끼 장사를 했던 나의 소년시절까지를 반추하게 되는 수확도 거두었다.
지금이야 동네의 조그만 구멍가게에서까지 냉장고에 가득 담겨있는 아이스케끼를 만날 수 있지만 예전엔 어림도 없는 얘기였다.

아이스케끼는 지난 1960-70년대 여름에 많이 먹던 물에 설탕을 탄 물을 직사각형의 둥근 막대 형틀에 넣어 얼린 얼음과자를 일컫는 말이다.
형태는 요즈음의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나 얼음 알갱이가 지금보다 더 딱딱했는데 그러나 그 맛은 정말이지 환상에 다름 아니었다.

당시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여름방학이 되면 지금으로 치자면 ‘알바’ 차원으로 그렇게 아이스케끼 장사에 나섰다.
신발은 검정고무신을 신고.

당시의 검정고무신은 어찌나 질긴지 한 번 사서 신으면 웬간해서는 닳거나 떨어지지도 않았다.
구멍 또한 잘 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검정고무신에 질린 어떤 녀석은 부모님 몰래 고무신을 시멘트 바닥 내지는 돌에 일부러 마구 문질러 훼손하곤 하였다.

그렇게 이른바 ‘빵꾸’를 낸 다음에 새 신발을 사 달라고 조르는 녀석을 보면 어찌나 웃음이 터졌는지 모른다.
아무튼 당시의 내 고향이자 성장기의 거점이었던 천안의 봉명동을 나와 문화동과 천안역 주변을 “아이스케끼 있어유~”라고 소릴 지르며 돌아다니면 빈병과 다 떨어진 고무신 따위를 가지고 나와 아이스케끼와 바꿔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처럼 아이스케끼를 파는 사람 중엔 어른도 많았지만 나처럼 어린 녀석들도 꽤 되었다.
언젠가의 하루는 그처럼 아이스케끼를 파는 장소를 와촌동으로 바꾸었는데 충남방적의 뒤에 위치한 어느 집을 지나려니 복날 개 잡듯 아이를 두들겨 패는 어머니를 보게 되었다.
대저 불구경과 남이 맞는 건 구경거리의 제 1순위(?)인 법이다.

하여 마침 장사도 안 되고 하기에 시간이나 죽일 요량으로 내 또래의 그 녀석이 왜 그같이 불벼락을 맞는가 싶은 궁금함이 발동했다.
근데 그 곡절은 금세 밝혀졌다.

애를 패던 아줌마는 아이스케끼 통을 어깨에 맨 나를 보더니 더욱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으니 말이다.
“야, 이놈아! 멀쩡한 들기름을 죄 부어 버리고 그 빈병으로 저런 아이스케끼랑 바꿔 먹었다는 겨?”
나는 괜스레 죄인이 된 듯 하여 그 자리를 서둘러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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